어릴 때부터 사람들 몸에 있는 점에 민감했다. 누군가 뾰족한 펜으로 콕 찍어그린 듯한 선명한 매력점부터 왠지 한번 꾸욱 누르거나 잡아비틀고 싶은 듯한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입체점까지, 어떤 점이든 나의 관심과 호기심을 항상 자극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강력한 호기심 유발점은 바로 점에 난 털! 말이 좋아 호기심이지 사실 혐오(라 말하기엔 너무 강도가 쎄지만)에 가까웠다.
어릴 적 왼쪽 눈썹과 눈 사이 작은 점에 조금 두꺼운 털이 있었다. 점도 싫고 털도 싫은 터라 중학교 시절에 제거를 시도했으나 털은 점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아직도 널 내 일부로 받아들일 수 없어!"라고 하듯 나는 지금도 그것의 질긴 생명력이 다시 자라날 때마다 뜯어내고 또 뜯어내고 있다.
어릴 적 왼쪽 눈썹과 눈 사이 작은 점에 조금 두꺼운 털이 있었다. 점도 싫고 털도 싫은 터라 중학교 시절에 제거를 시도했으나 털은 점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아직도 널 내 일부로 받아들일 수 없어!"라고 하듯 나는 지금도 그것의 질긴 생명력이 다시 자라날 때마다 뜯어내고 또 뜯어내고 있다.
호기심 발동
몇일 전 아침, 버스에서 어떤 할머니의 어깨 주변에 있는 입체점(지름 및 입체높이 약 1cm)과 함께 그곳에 난 털 몇가닥을 보게 되었다. (키도 커서 이런건 참 잘 목격한다.) 굉장한 점도 모자라 길고 단단한 꼬실털까지... 신기하게도 싱가폴에서 '입체점+꼬실털' 조화는 자주 목격되는데, 개인적 취향을 바탕으로 정말이지 스스로 이런 것을 참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계속 흘끗흘끗 쳐다보게 된다. 버스 안에서도 10여분 가량 내내 티안나게 지켜보면서 나중에는 결국 혼자 헛구역질.
왜 결과를 알면서도 계속 확인하려는건지.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라면 탐구에 대한 의지라 자부하겠지만 분명 불호의 사물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확인하는 걸 멈출 수가 없는 건 호기심보다는 자학이라 해야할까?
길거리에 밟혀진 비둘기의 사체를 멀리서 인지하고 "분명히 저것을 보면 기분이 나쁠 것이다", 한여름 아파트 단지 내에 음식물 쓰레기통 옆을 지나갈 때 "저곳 반경 10m 안으로는 역겨운 냄새가 진동한다", 호러 무비를 보면서도 "다음 씬에서는 오늘 밤 꿈에 나올 끔찍한 장면이 나올 것이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일부러 그 궁금함에 꼭 확인하게 되는 버릇이 있다.
좋은 의미로는 아직 젊고 호기심이 왕성하니깐 그렇다고 위안을 삼기도 하지만, 언젠가 된통 되어봐야 이런 쓸데없는 호기심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이것도 자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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