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August 22, 2014

[MJ's] 30대의 우정이란




어느새 한국 나이 서른 셋, 만으로는 서른 하나. 누군가에게는 올드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찬란한 나이, 나 스스로는 제대로 된 인생을 만들어 갈 발구르기를 할 수 있는 나이라 생각한다.



지금 내 카톡에는 친구들과 소통하는 그룹창이 여럿있다. 중3친구들/ 독서실 패밀리/ OO대01학번/ OO대02학번/ OOO 4인방/ OO투어/ OO회 등 정말 소소한 개인사, 잡다한 정보, 연예계 소식까지 공유하는 20년지기 친구들 모임부터 정치적 의견과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지탄이 난무한 대학교 동기 모임, 오랜 기간 함께 일하면서 볼 꼴 못볼 꼴 다보고 가족처럼 친해진 전 직장 비밀사조직까지. 각 그룹마다의 역사가 달라서 그런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독특한 캐릭터의 사람들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문득 돌이켜보면 이렇게 유쾌하고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어서 참 행복하고 럭키하다고 느끼게 된다. 나라는 아이는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하고 인연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니깐. :)

하지만 모두의 변명처럼 나이가 들수록 일에 치이면서 개인적으로 활용할 수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네트웍도 필요하고 어떤 면에서는 거친 대인관계에 실망하는 일도 생기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옛친구들과 공유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었다. 더군다나 30대에 접어들며 각자의 삶에 더 무게가 실리고 업무 분야도 다르고 주거지를 옮기는 경우도 생기고 공통사도 변해가면서 점점 멀어져간 친구들도 있고, 세월이 흘러가는만큼 자기만의 울타리를 높이세우며 본인도 모르게 주변을 밀어내는 친구들도 보인다. 그나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톡 등이 있어 소식이라도 확인하며 '잘 지내는구나'하지만, 남는게 시간뿐이라 매일을 함께 하던 우리의 날들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친다.



나의 BFF

몇주 전 아침 이지연이 링크(http://hellogiggles.com/bff-thirties-30s)를 하나 보내줬다. (그녀는 명백히 나의 BFF이지만 나는 그녀의 이름을 성까지 붙여서 굳이 '이지연'이라고 부르는 것을 선호한다. 아니면 영문 이름 Jenny, 혹은 가장 최근 그녀의 별명인 미달 or Ajumma. 음, 이건 아마도 나에게 인식된 그녀만의 정체성 측면에서 비롯된 것 같다.)

링크는 30대의 우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읽다보니 이지연이 왜 이 글을 보내줬는지 단번에 알겠다. 글쓴이가 말하는 내용은 현재 우리의 상황과 꽤나 비슷하다. 이지연은 현재 뉴욕, 나는 싱가폴에 거주 중이다. 우리는 세상만사 즐거운 중2때 만나 고등학교도 함께 졸업했다. 서로 다른 대학교에 진학하고도 우리는 매일 연락하며 서로의 일상을 나눴고, 또 매년 한두번씩은 단둘이 국내/외 여행을 함께 했으며 서로의 친구들을 공유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교류의 횟수는 줄어들었고 4년 전 그녀가 유학길에 오르며 우리는 (지리적으로) 멀어졌다. 그만큼 연락도 뜸해졌고 힘든 일이 있어도 그녀와 공유하기엔 코앞에 놓은 일들을 빨리 헤쳐나가기 바빠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런 시간들이 정말 우정이 멀어진걸까 싶은 적도 있었지만 우리는 하루, 일주일, 한달 혹은 서너달만에 연락해도 서로가 알던 그 강민정과 이지연의 에너지 그대로 금새 깔깔대기 시작한다. 같은 동네, 비슷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모든게 비슷했던 우리지만 현재는 서로의 업무분야, 관심사, 연애방식, 어울리는 써클 등 삶의 전반에서 상당히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에 대해 인정하고 이해하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서로를 북돋아주는 새로운 관계의 BFF를 만들어가고 있는 듯 하다.



2013년, 나는 스스로에게 1년의 휴직기간을 선물했고 그녀가 있는 뉴욕에 머물머 남은 여생동안 평생을 곱씹을 추억거리를 만들어냈다. (나는 이미 이전에도 그녀를 만나기 위해 2번이나 뉴욕을 방문했었다.) 이 1년의 시간동안 우리는 니거 내거 경계없이 서로를 중심으로 공통의 관심사, 커뮤니티, 이벤트 등 거의 대부분의 사생활을 공유하며 17년 전, 순수하고 파릇하고 철없는 유머로 가득했던 그시절로 돌아갔다.

관계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얼마나 다른 삶을 살아가고 변화무쌍한 환경에 둘러쌓여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시간의 무게만큼 서로의 신뢰와 사랑의 두께도 커졌다. 여자 형제가 없는 우리에게 서로는 피를 나눈 자매 같은 존재이기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항상 응원하고 잘못된 건 다그칠 준비가 되어있다.



2013 @ Whynot Coffee in NY




Kayaking in Brooklyn


At My 31 Birthday Party
In Philly


내가 좋아하는 우리의 모습

1. 나는 항상 그녀를 늙고 못생겼다고 놀리곤 하는데 그녀는 항상 'ㅋㅋㅋ' 사운드의 웃음으로 화답하며 그녀의 못생김을 인정한다.

2. 심지어 그녀의 약혼자도 나에게 그녀의 못생김을 불평하곤 한다. 그에 대한 동정심을 구하며. (이제와서 후회해도 늦었단다.)

3. 가족을 위한 일방적 희생보다는 자신을 먼저 사랑할 줄 알고 커리어 발전을 함께 추구하고자 하는 공동의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우리의 프리 토킹! 가끔 나보다 더 진보적일 때가 있어 당황스럽기도 하다.

4. 그녀는 또 지나친 오픈마인드 주의자이기도 하다. 물론 더할 나위 없이 나에게 좋은 자극제가 된다.

5. 모순적이게도 둘다 게으르지만 활동적이다. 부지런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한다. 하얀 피부를 유지하고자 햇빛을 피하는 행동 따위는 개나 줘버린다.

6. 나의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다 들어준다(물론 정말 쓸데없는 말에는 듣는 둥 마는 둥 하지만). 나의 모든 비밀을 다 알고있는 지구상 하나 뿐인 존재.

7. 둘이 뭉치면 힘들고 어려운 상황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초긍정 에너지가 발산! 10년 전 동해 여행에서 2인용 자전거를 타다 곡예 수준으로 넘어져 전신에 피가 난자했을 때도, 2009년 한겨울 미국 워싱턴 시내 한복판을 무거운 캐리어를 2개씩 끌고 살을 파고드는 추위 속에 30분 넘게 방황할 때도 우리는 항상 웃고 있었다.

8. 덩치도 남자, 힘도 남자! 체력이 좋아서 왠만해선 힘들다고 투덜대지 않는다. 무거운 짐도 각자 알아서 척척! (나는 반남자라고 표현한다.)

9. 덩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우리는 키도 크지만 머리도 꽤나 크다. 하지만 같이 다니면 서로 보완(?)해주니 든든하다.




어떤 이는 말한다. 나이가 들면 갓 사귀었어도 옆에 있어 언제든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BFF라고. 하지만 가까이 있어 소중한 사람도 있지만 멀어서 더 소중한 존재도 있다.

앞으로 우리는 그녀의 결혼과 함께 서로 더욱 더 다른 환경 속에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녀의 약혼자는 인도사람이다.)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신이난다. 그녀를 통해 나는 더 새로운 세상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캐릭터는 변하지 않지만 변화하는 삶 속에서 더 깊은 신뢰를 쌓고 다양한 경험을 통한 노련함으로 더 행복한 인생을 즐길 수 있을테니깐.